발렌시아가
스페인 오트 쿠튀르의 거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파격적인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가 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이다. 설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유산과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의 비전이 공존하며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쿠튀르의 신에서 파격의 아이콘으로
발렌시아가의 역사는 두 인물로 요약된다. 바로 설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와 현재의 뎀나이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는 크리스찬 디올이 "우리 모두의 스승"이라 칭했을 정도로 존경받던 디자이너였다. 그는 몸의 곡선을 해방시키는 건축적인 실루엣, 완벽한 재단 기술로 20세기 중반 오트 쿠튀르의 정점에 섰다. 당시 그의 디자인은 극소수 상류층을 위한 예술 작품에 가까웠다.
1968년 크리스토발이 은퇴한 후 브랜드는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이후 니콜라 제스키에르, 알렉산더 왕 등이 브랜드를 이끌었으나, 오늘날의 이미지를 만든 것은 2015년 부임한 뎀나이다. 그는 자신의 브랜드 베트멍에서 보여준 해체주의와 스트리트 감성을 발렌시아가에 그대로 이식했다. 뎀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미학을 찾아내고, 이를 과장하거나 비틀어 새로운 럭셔리로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못생겼는데 왜 이렇게 비싸고 인기 많을까?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어글리 시크(Ugly Chic)' 트렌드를 주도하며 수많은 히트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이 제품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지만, 특유의 존재감으로 전 세계 패션 시장을 휩쓸었다.
- 트리플 S 스니커즈: '어글리 슈즈', '아빠 신발' 트렌드를 폭발시킨 장본인. 여러 신발의 밑창을 겹쳐놓은 듯한 과장된 디자인은 처음엔 혹평을 받았지만, 곧 엄청난 인기를 끌며 스트리트 패션의 필수품이 되었다.
- 스피드 러너: 양말과 운동화가 결합된 '삭스 슈즈'의 원조 격. 발목까지 오는 니트 소재와 가벼운 착용감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 파격적인 가방들: 2000년대 초반 니콜라 제스키에르 시절의 '모터사이클 백'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뎀나는 이케아 쇼핑백을 닮은 '아레나 쇼퍼백', 쓰레기봉투 모양의 '트래시 파우치', 감자칩 봉지를 그대로 본뜬 클러치 등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이런 제품들의 성공 비결은 희소성과 화제성에 있다. 익숙한 형태를 낯설게 비틀어 강력한 시각적 충격을 주고, 높은 가격을 매겨 소유욕을 자극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구매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준다.
논란을 즐기는 마케팅, 성공인가 실패인가?
발렌시아가는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마케팅으로도 유명하다. 2022년에는 아동을 모델로 한 광고 캠페인에 부적절한 소품이 등장해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고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수백만 원짜리 낡은 운동화, 파리 패션위크 런웨이를 진흙탕으로 만든 쇼 등 끊임없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에 대한 엄청난 관심과 바이럴을 유발한다. 사람들은 발렌시아가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고, 그들의 도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주거나 대중의 피로감을 유발할 위험도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렌시아가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통해 패션계의 가장 문제적이면서도 흥미로운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 발렌시아가가 유독 인기 있는 이유
한국은 발렌시아가의 인기가 특히 높은 시장 중 하나이다. 이는 국내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과 맞물려 있다. 로고가 크고 실루엣이 독특한 발렌시아가의 제품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려는 '플렉스(Flex)' 문화와 잘 맞아떨어졌다.
아이돌과 셀럽들이 즐겨 착용하며 그 인기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특히 오버사이즈 후드티, 볼캡, 스니커즈 등은 특정 세대에게 유니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고가 교복 트렌드처럼, 소속감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특정 브랜드가 소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주제로 이야기해볼까요?
게시판에 글을 작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