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를 잘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다. 안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 것. 체취 관리는 그루밍의 기본 중 기본인데,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리된 정보가 의외로 없다.
체취가 생기는 원리
땀 자체는 거의 무취다. 냄새는 피부 위의 세균이 땀과 피지를 분해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아포크린 땀샘(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나오는 땀은 단백질과 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세균이 분해하면 특유의 체취가 난다.
즉, 체취 관리의 핵심은 두 가지다.
1. 세균이 번식할 환경을 줄인다
2. 세균의 먹이(땀, 피지)를 제거한다
부위별 관리
겨드랑이
체취의 주범이다. 아포크린 땀샘이 가장 밀집된 곳이기 때문이다.
- 제모 또는 트리밍: 겨드랑이 털은 세균이 서식할 표면적을 넓히고, 땀이 증발하는 걸 방해한다. 완전 제모까지는 아니더라도 트리머로 짧게 정리하면 체취가 확실히 줄어든다. 바디 트리머의 가드를 3~6mm로 설정하면 자연스러우면서도 관리 효과가 있다.
- 데오도란트 vs 안티퍼스피런트: 둘은 다른 제품이다. 데오도란트는 향으로 냄새를 가리거나 항균 성분으로 세균을 억제한다. 안티퍼스피런트는 알루미늄 화합물로 땀 자체를 줄인다. 땀이 많은 편이라면 안티퍼스피런트가 효과적이다.
- 사용 타이밍: 안티퍼스피런트는 밤에 자기 전 바르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수면 중에 땀 분비가 줄어든 상태에서 성분이 땀구멍에 침투해 막을 형성한다. 아침에 샤워 후 바르면 이미 땀이 나기 시작한 상태라 효과가 떨어진다.
발
발 냄새의 원인도 세균이다. 발에는 에크린 땀샘이 밀집되어 있어 하루에 약 200ml의 땀을 흘린다. 이 땀이 양말과 신발 안에서 증발하지 못하면 세균이 폭발적으로 번식한다.
- 양말 소재: 면 100%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면은 흡수력은 좋지만 건조가 느려서 습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 쿨맥스나 메리노울 같은 기능성 소재가 땀 배출에 더 효과적이다. 최소한 면+폴리에스터 혼방을 쓰는 게 낫다.
- 신발 로테이션: 같은 신발을 이틀 연속 신지 않는다. 하루 신은 신발이 완전히 건조되려면 24~48시간이 필요하다. 신발이 두 켤레라면 번갈아 신는 것만으로 발 냄새가 크게 줄어든다.
- 신발 관리: 신발 안에 신문지를 넣어두면 습기를 흡수한다. 삼나무(cedar) 슈트리가 있다면 습기 흡수와 항균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베이킹소다를 신발 안에 뿌려두고 다음 날 털어내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
두피
두피 냄새는 본인이 인지하기 가장 어려운 부위다. 주변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해주는 경우도 드물다.
- 위에서 정리한 올바른 세발 방법을 따르되, 핵심은 두피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다. 젖은 두피 = 세균 배양기.
- 베개 커버를 주 1회 이상 교체한다. 매일 8시간 동안 두피가 닿아 있는 곳이다.
- 모자를 오래 쓰면 두피에 열과 습기가 차서 냄새의 원인이 된다. 통풍이 되도록 중간중간 벗어주는 게 좋다.
구취
체취 관리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다. 본인의 구취는 후각 피로 때문에 인지하기 어렵다.
- 혀 닦기: 구취의 60%는 혀 뒷부분(설태)에서 발생한다. 칫솔이나 혀 클리너로 혀를 닦는 것만으로 구취가 크게 줄어든다.
- 치실 사용: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가 구취의 주요 원인이다. 하루 한 번 치실을 쓰는 게 양치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 구강 건조 방지: 침은 천연 항균제다. 커피를 많이 마시거나 코가 막혀서 입으로 호흡하면 구강이 건조해지고 세균이 번식한다. 물을 자주 마시는 게 가장 간단한 대응이다.
- 위장 문제: 양치를 열심히 해도 구취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위식도역류나 헬리코박터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치과가 아니라 내과에서 확인해야 한다.
향수에 대해
체취 관리가 기본이고, 향수는 그 위에 얹는 것이다. 기본이 안 된 상태에서 향수를 뿌리면 체취와 향수가 섞여서 더 안 좋은 냄새가 난다.
농도별 구분
- 오 드 코롱 (EDC): 향료 3~5%. 지속 1~2시간. 가볍고 부담 없다.
- 오 드 뚜왈렛 (EDT): 향료 5~15%. 지속 3~4시간. 가장 무난한 선택.
- 오 드 퍼퓸 (EDP): 향료 15~20%. 지속 5~8시간. 진하므로 소량만.
- 퍼퓸 (Parfum): 향료 20~30%. 지속 8시간 이상. 일상용으로는 과하다.
처음 향수를 쓴다면 EDT부터 시작하는 게 무난하다.
뿌리는 위치
맥박이 뛰는 곳 — 손목 안쪽, 목 옆, 귀 뒤. 체온이 높아서 향이 잘 퍼진다. 단, 손목에 뿌리고 비비면 향의 분자 구조가 깨져서 탑노트가 사라진다. 뿌리고 그냥 두는 게 맞다.
옷에 직접 뿌리면 얼룩이 남을 수 있고, 향이 변질된다. 공중에 한 번 뿌리고 그 아래로 걸어가는 방법은 향이 은은하게 묻어서 과하지 않다.
양 조절
"내가 못 느낄 정도"가 적당한 양이다. 향수는 후각 피로가 빨리 오기 때문에 자기 향을 15분 정도 지나면 인지하기 어렵다. 안 느껴진다고 더 뿌리면 주변 사람들은 향에 압도당한다.
EDT 기준으로 2~3번 스프레이가 적당하다. 엘리베이터, 사무실 같은 밀폐 공간에서는 더 줄여야 한다.
옷에서 나는 냄새
의외로 간과하는 부분이다.
- 빨래 후 바로 건조: 세탁기에 오래 두면 세균이 번식해서 쉰내가 난다. 세탁 완료 후 30분 이내에 건조를 시작한다.
- 수건 관리: 수건은 3회 사용 후 교체. 젖은 수건을 접어서 두면 세균이 급증한다. 사용 후 반드시 펼쳐서 건조시킨다.
- 외투/정장: 매번 세탁하기 어려운 옷은 입고 나서 바로 옷걸이에 걸어 통풍시킨다. 옷장에 바로 넣으면 땀과 체취가 섬유에 배어든다. 패브릭 미스트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계절별 차이
- 여름: 땀 분비가 2~3배 증가한다. 안티퍼스피런트 필수. 속옷과 양말은 기능성 소재로. 가능하면 낮에 한 번 갈아입는 것도 방법이다.
- 겨울: 건조한 공기 때문에 체취가 덜하다고 생각하지만, 두꺼운 옷 안에서 땀이 차면 오히려 냄새가 진해질 수 있다. 히트텍 같은 발열 내의는 통기성이 떨어지므로 주의.
결론
그루밍에서 가장 투자 대비 효과가 큰 건 체취 관리다. 아무리 옷을 잘 입고 헤어를 신경 써도, 냄새가 나면 전부 무의미해진다. 반대로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깨끗한 인상을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기본이 되어 있다.
비용이 거의 안 드는 것들 — 올바른 세발, 혀 닦기, 신발 로테이션, 빨래 즉시 건조 — 만 실천해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